[style&CoverStory] 그 여자, 전지현 -2009.05.15 중앙일보

자료창고 Архив 2009. 5. 15. 11:56


그가 다가왔다. 사뿐한 발걸음. 프로필에 나와 있는 1m73cm라는 숫자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길고 호리호리한 몸에 얼굴은 상대적으로 작아 ‘콩알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정히 다듬은 갈색 눈썹과 살굿빛 입술이 작은 얼굴 안에 반듯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배우 전지현. 지난 10년간 얼마나 많은 남자의 마음을 애태웠던가. 동시에 여자들에겐 질투와 동경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최고의 스타일 아이콘이기도 했다. 수많은 남자가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그의 이름을 되뇌었고, 여자들은 전지현 따라잡기에 열을 올렸다. 한때 그를 따라 한, 허리까지 내려오는 까만 생머리의 여자들이 거리를 수놓았다. 그가 광고에 출연한 샴푸는 순식간에 샴푸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당시 국내에 수입되지도 않았던 ‘전지현 틴트’를 어떻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고뇌에 빠졌다.

수많은 CF, 1~2년마다 개봉하는 영화와 함께 그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그래도 대중에겐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시간이 날 때 무엇을 하는지,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간간이 영화가 개봉될 때 영화 관련 인터뷰를 접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style&이 자리를 마련했다. ‘인간 전지현’을 보여달라고. 팬들에게 ‘리얼 전지현’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요청에 그가 응했다. 마침 새 영화 ‘블러드’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그는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인 랄프 로렌의 블랙 라벨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황금빛 원피스를 입은 그는 마치 인어 같았다. 전지현의 트레이드 마크인 치렁치렁한 긴 머리는 없었다. 깔끔하게 위로 묶어 올린 ‘업스타일’ 머리 모양에서 다부진 카리스마가 느껴졌다.킬힐은 그의 각선미를 더 아찔하게 만들었다. 액세서리는 하나, 손목에 찬 금빛 까르띠에 팔찌뿐이었다.

“전지현만의 스타일요? ‘자연스러운 건강미’ 아닐까요. 저 왕(王)자도 있어요. 만져 보세요.”

갑작스러운 권유였지만 얼른 그의 배로 손을 가져다 댔다. 확실히 탄탄했다.

글=송지혜 기자 enjoy@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전지현, 그리고 그녀를 만든 사람들
그에게도 ‘얼짱 각도’ 있을까


투명한 피부, CF 속 하얀 드레스는 누가 만들었을까. 전지현의 이미지를 함께 만들어 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헤어 아티스트, CF 감독의 얘기를 들어 봤다

주근깨·점 안 가려 … 그녀만의 매력 살려
메이크업 아티스트 배경란


1999년 말부터 전지현의 메이크업 담당. 영화 ‘엽기적인 그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등 작업. 배우 정우성과 김윤진의 메이크업도 담당하고 있음.

“메이크업 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투명한 피부 표현과 기초적인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피부를 최대한 투명하게 살려 주는 베이스 메이크업을 하고, 입술 또한 원래의 입술 색을 살리는 내추럴 메이크업을 주로 한다. 가끔은 트렌드에 맞춰 유행하는 컬러로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워낙 자연스러운 화장을 하다 보니 주근깨가 보인다는 지적을 가끔 받는다. HD 화면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때는 주근깨, 점 하나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늘 완벽하게 잡티를 가리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 애써 가리지 않는다.

다만 클렌징은 철저하게 여러 번에 걸쳐 꼼꼼히 한다. 먼저 립&아이 리무버로 눈과 입술 메이크업을 지우고 클렌징 로션, 클렌징 티슈, 물 티슈를 차례로 사용한다. 그리고 물 세안으로 마무리한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 긴 만큼 단계마다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안 된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 미스트, 클라란스 앙띠오 오일, 코스메 데코르떼 기초 라인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전지현처럼 메이크업을 하려면 미스트ㆍ스킨ㆍ로션ㆍ아이크림ㆍ에센스 순으로 기초 메이크업을 꼼꼼히 한다. 그 위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를 섞어 브러시로 가볍게 펴 바른다. 크림 타입 치크를 이용해 손가락으로 볼을 두드리듯 터치하면 생기 있는 얼굴을 만들 수 있다. 뷰러로 속눈썹을 컬링하고 마스카라를 바른다. 립밤으로 입술을 정리하고 립스틱이나 립글로스를 덧바르면 완성.

내가 보는 전지현은 감성이 풍부해 영화나 책을 읽다가 잘 우는 아이. 생각이 너무 깊어 나보다 어리지만 가끔은 언니 같은 느낌이 든다

심플한 의상으로 늘씬한 라인 돋보이게
스타일리스트 이선희


2001년부터 전지현의 의상 담당. ‘데이지’ 영화 포스터, 지오다노ㆍ애니콜ㆍ라네즈 광고 속 의상 등을 책임짐. 배우 이영애의 스타일링도 맡고 있음.

“지현이의 옷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핏이다. 지현이는 1m73cm의 큰 키, 작은 얼굴, 균형 잡힌 어깨 라인, 늘씬한 하체 라인 등 서구적인 체형을 가졌다. 그래서 디테일과 장식이 많은 옷보다는 심플한 라인의 의상을 골라 핏을 강조, 보디라인 자체가 돋보이게 한다. 랄프 로렌 컬렉션의 크림 컬러 팬츠 슈트, 마이클 코어스의 심플한 실루엣의 원피스가 잘 어울린다. 특히 크림 아이보리색은 그녀의 매력을 최대화시키는 시그니처 컬러라고 생각한다. 짙은 화장을 자제하는 그녀의 투명한 피부를 더 돋보이게 해주니까.

17차 광고 ‘그네’ 편에서 입었던 빈티지 화이트 롱 드레스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입혔다고 생각되는 의상이다. 바람에 스커트 자락을 날리며 그네를 타는 장면을 담은 광고였는데, 긴 헤어스타일과 란제리 디테일의 의상이 어울려 청순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었다. 그 옷은 몇 시즌 전 돌체 앤 가바나 캠페인 룩에서 영감을 받아 직접 제작한 것이다.”

내가 보는 전지현은 생각보다 소박한 옷장을 가진, 소비를 절제할 줄 아는 사람. 또한 ‘정리의 여왕’이다. 출장을 가면 나와 한 방을 쓸 때가 종종 있는데 어느 날 밤 내가 너무 피곤해 옷을 허물처럼 벗어놓고 잠든 적이 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치 ‘우렁각시’가 다녀간 것처럼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일찍 일어난 지현이가 정리한 것이다.

섹시 이미지 위해 앞머리 안 잘라
헤어 아티스트 김정한


2007년 17차 광고 ‘로데오’ 편에서 첫 인연을 맺은 후 ‘17차’ ‘애니콜’ ‘트루 릴리전’ 광고 등에서 헤어스타일 담당.

“전지현 헤어스타일의 핵심은 ‘클래식함’과 ‘자연스러움’이다. 층은 최소화하고 커트 자체도 클래식하게 한다. 머릿결에 다소 손상이 가더라도 건강해 보일 수 있는 비결이다. 또 웨이브를 줄 때도 인위적인 S컬의 ‘이라이저 스타일’은 피하고 몸의 곡선을 따라 머리카락도 흐르는 느낌이 들도록 내추럴한 컬을 연출한다.

또 하나의 비밀은 약간 섞여 있는 곱슬기다. 직모이면서도 살짝 곱슬기가 있어 다른 사람보다 볼륨이 잘 살아난다. 이것이 섹시한 느낌을 내는 일등공신. 가끔 매직펌을 할 때도 있지만 이때도 약하게 한다. 간혹 그녀의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겠다고 과도하게 매직펌을 하는 사람을 본다. 강력한 펌은 걸을 때 모발이 자연스럽게 출렁거리지 않고 툭툭 떨어지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자제할 것을 권한다.

처음 그녀의 헤어를 맡았을 때 조금 당황스러웠다. 다른 배우들은 머리를 하며 전화 통화를 하거나 책을 읽는데, 그녀는 다른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거울 속 자신의 머리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곧 이게 그녀 식의 표현이라는 걸 알았다. 자신의 머리를 내게 맡기면서 스스로도 완벽하게 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이것은 메이크업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앞머리를 잘 내지 않는 이유? 여성스럽고 섹시한 느낌보다는 귀여운 느낌만 날 수 있으니까.”

내가 보는 전지현은 항상 당당하고 거침없는 사람.

연기 변화무쌍, 카메라는 즐거워
CF 감독 이성호


2004년부터 전지현과 함께 라네즈ㆍ17차ㆍ애니콜 햅틱ㆍ올림푸스 등의 광고 촬영.

“카메라 앞에서 항상 빛나는 그녀를 다이아몬드에 비유하고 싶다. 촬영 날에 콘티에 대해 원하는 느낌이나 연기를 간략히 설명하면 그녀는 조용히 내 얘기를 듣고만 있다. 그만큼 말이 없고 조용한 배우지만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변화무쌍한 연기를 보여준다. 때로는 그 환상적인 연기에 빠져 ‘컷’ 외치는 것을 놓칠 때도 있다. 사실 CF는 수초 안에 다양한 표정을 표현해 내야 하는 어려운 연기다. 많은 배우와 CF 촬영을 했지만, 그녀의 연기가 최고였다.

워낙에 예쁜 배우라 어느 각도에서든 카메라를 다 잘 받지만, 굳이 고르자면 왼쪽 얼굴이 조금 더 예쁜 것 같다. 그녀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을 고르라면 올림푸스 ‘파리의 연인’ 편과 라네즈 ‘슬라이딩 팩트’를 선택하겠다.

내가 보는 전지현은 열정과 혼으로 작업에 임하는 최고의 배우이자 사랑스러운 여인.

“매일 3시간 운동해 王자 복근
중앙일보 읽으며 하루 시작”


“이건 진짜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이에요. 전에 사람들이 주목했던 ‘전지현 복근’은 너무 말라서 배 안에 있던 속근육이 도드라져 보였던 거죠. 사실 그때는 헬스클럽에 가도 사우나만 하고 오곤 했었어요.”

그랬던 전지현이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것은 3년 전 ‘블러드’ 시나리오를 받고 난 뒤부터다. 맡게 될 배역 ‘사야’가 검술을 주 무기로 하는 뱀파이어 헌터였고 그는 진짜 사야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운동 없는 생활은 상상하지 못하게 됐어요. 요즘도 매일 오전 5~6시에 일어나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정도 운동을 하죠.”

화·목·토는 유산소운동을, 월·수·금은 근력운동을 한다. 스트레칭은 매일 빼놓지 않는다. 그 덕분에 허리를 굽혀 손바닥을 땅에 대는 동작도 요즘은 식은 죽 먹기라 했다. 전엔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청계산에 오르거나 한강에서 수상 스키를 타기도 한다.

“한강에서 아이팟으로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 타는 것도 즐겨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햇빛을 받고 반짝이는 물결을 보면 기분이 상쾌해져요. 왠지 제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 준다고 할까. 자연과 더불어 하는 운동은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사실 아침에 일어나 운동 가기 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문밖에서 배달 된 신문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는 중앙일보의 애독자라고 했다. "얼마 전 판형이 바뀌었더라고요. 그래서 더 좋아하게 됐어요. 특히 섹션이 재미있고 유용해요. 줄리엣 비노슈 기사를 인상 깊게 봤고요. ‘열려라 공부’는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정말 유용하게 볼 것 같아요”

운동에서 돌아오면 토마토, 키위, 얼린 양배추를 넣고 간 주스를 한 잔 마신다. 그래도 허기가 느껴지면 찐 고구마나 계란·쑥떡·사과 등을 조금씩 더 먹는다. 이들 메뉴는 늘 집에 준비해 두고 배가 고플 때마다 먹는다. 건강을 생각한 비타민 영양제도 빼먹지 않는다.

‘리얼 전지현’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 맞춰 전지현은 평소 자신이 즐겨 입는 옷을 가지고 왔다. 하얀 빈티지 면 티셔츠와 청바지, 진주 목걸이 모두 본인 것이다.
촬영이 없을 땐 거의 화장을 하지 않는다. “화장을 잘 못해서”라고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았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그에겐 심지어 화장품을 휴대하는 파우치도 없다. 대신 휴대전화에 미니 립글로스를 달고 다니며 급할 때 챙겨 바른다고 했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따로 정해 두고 다니는 미용실도 없다. 일이 있을 때면 헤어 아티스트가 현장에서 도와준다. 평상시 모발 관리도 집에서 스스로 한다. 긴 머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지만, 똑같은 헤어 스타일을 10년 가까이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 아닌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저 바꿨어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때 앞머리를 잘랐죠. 단발을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전지현에게서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 봐요. 긴 생머리. 그런데 이제 날씨도 좋아졌으니, 헤어 스타일을 또 한번 바꿔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향수는 쓰지 않는다. 대신 향 좋은 보디 로션을 발라 자연스럽고 은은한 향기를 낸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샴푸 향기, 사람들은 이런 것에 약해요.”(그는 이 대목에서 살짝 웃으며 샴푸 광고 속 한 장면처럼 한쪽 머리를 가볍게 넘겨 보였다.)

즐겨 입는 옷은 청바지. 때로는 몸에 꼭 맞는 티셔츠를 조합해 섹시하게 연출하고, 때로는 헐렁한 면 티셔츠에 길이와 굵기가 다른 진주 목걸이 여러 개를 겹쳐 고전적이고 우아하게 연출하기도 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귀걸이보다는 팔찌를 선호한단다. 뭇 여성들이 동경하는 그지만 그에게도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나이가 더 들면 캐머런 디아즈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모든 배우가 디아즈처럼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 있는 건 아녜요. 그 배우가 나오면 다 재미있을 것 같고, 그 배우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가 보고 싶어지는, 그런 힘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전지현·고유키 주연.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다.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했다.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인간 아버지와 뱀파이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6세 혼혈 뱀파이어 소녀 사야는 국가에 소속된 뱀파이어 헌터다. 겉보기엔 어린 소녀지만 실은 400년간 화려한 검술을 주 무기로 지구에 숨어 사는 뱀파어어를 찾아 처단해 왔다. 또다시 비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 고등학교로 잠입한 사야는 이번에야말로 뱀파이어 우두머리이자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오니겐을 처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직감한다.

주인공 사야 역을 맡은 전지현은 극 중에서 칼을 휘두르고 와이어에 매달린 채 지붕 위를 뛰어가는 등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시도하는 영어 대사 역시 주목할 만하다. 촬영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일본 모습을 살리기 위해 중국과 아르헨티나에서 올 로케로 진행됐다. ‘키스 오브 드래곤’으로 데뷔한 프랑스 출신 감독 크리스 나흔이 메가폰을 잡았다. 29일 일본 개봉을 시작으로 영국·프랑스 등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국내 개봉은 6월 11일.

2009.05.1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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