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져]말 없이 말이 다가왔다 - 귀족 레저’ 울타리를 넘어 2009.05.21 중앙일보

자료창고 Архив 2009. 5. 21. 10:37


[week&CoverStory]말 없이 말이 다가왔다 - 2009.05.21 중앙일보

귀족 레저’ 울타리를 넘어


마사 안에 있던 말 한 마리가 마침 인부가 운반 중이던 사료 냄새에 끌려 목을 쑥 빼고 있다. 경북 영천 운주산 승마장에서.
국민소득과 국민 레저의 상관관계를 가리키는 흥미로운 지표가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으면 골프가 대중화된단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전국의 산야에 그렇게 골프장이 들어섰나 보다. 지금도 산 깎고 나무 뽑아 골프 코스 낼 생각에 여념이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수두룩하다.

그럼 2만 달러가 넘으면 어떻게 될까. 승마가 대중화된단다. 골프의 문턱이 낮아진 것처럼 귀족 레저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승마도 서민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것이다. 일본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선 1989년, 승마 인구가 전년보다 89% 급증했다. 말 한 필은커녕 회원권 한 장 없어도, 극장에서 표 끊고 영화 보듯이 동네 승마장에서 말을 타고 논단다.

그 2만 달러 시대 레저 풍경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펼쳐지는 참이다. 이른바 ‘생활 승마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가장 적극적이다. 한국마사회는 물론이고 농림수산식품부와 각 지자체가 승마장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마련한 ‘생활 승마 활성화 추진 계획’이 확정된 2007년 8월 이후 전국에서 12개의 생활 승마장이 조성됐거나 현재 조성 중에 있다. 조만간 골프장 허물고 승마장 짓겠다는 지자체가 출현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12년 전국에 승마장 500개가 들어서게 된다. 지금 200개가 채 안 되니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관련 법규는 이미 다 손을 본 상태다. 가장 중요한 이용료도 대폭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문을 연 경북 영천의 운주산 승마장에선 2만원만 내면 숲을 신나게 달릴 수 있다. 이쯤이면 귀족 레저라는 선입견은 폐기해도 될 듯싶다.

최근의 승마 열기를 지켜보며 기마민족의 들끓는 피가 아직도 식지 않았다고 떠드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말 타기는 충분히 재미있다. 말 안 타봤으면 말을 하지 마시라. 다만 여태 우리에겐 그만한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내친김에 하나 더.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으면 요트가 국민 레저가 된단다. 어서 빨리 그 기사를 쓸 수 있었으면….

글=손민호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말 달리자
숲에서 해변에서 운동장에서 가깝게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승마에 관한 대다수의 기억은 기념사진을 찍을 욕심으로 제주도 목장에서 안장에 앉아본 게 전부였다. 이른바 체험승마라는 관광상품이다. 하나 이제는 달라졌다. 숲을 가로지르고, 해변을 내달릴 수 있다. 굳이 제주도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일상 곁으로 다가온 생활승마의 현장을 중계한다.

손민호·한은화 기자

“말 1마리에 일자리 3개” 승마산업에 올라탄 지자체

먼 옛날부터 말은 우리네 일상과 가까이 있었다. 삼국시대 중국에도 수출됐던 토종 말 중에 ‘과하마(果下馬)’란 게 있다. ‘과일 나무 밑을 말을 타고 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말 이름에도 일상의 흔적이 묻어 나온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 선조는 말의 젖은 열을 내리는 약으로, 말의 배설물은 불을 피우는 데 사용했다. 조선시대 말고기는 궁중에 바치던 품목이었고, 지금도 ‘말죽거리’란 이름으로 불리는 교통 요충지가 전국에 허다하다.

하나 언제부턴가 말은 일상에서 멀어졌다. 제주도 관광목장이나 일확천금의 욕망이 꿈틀대는 경마장이 아니면 말을 구경하기도 힘들어졌다. 승마는 극소수만의 귀족 레저로, 말고기를 먹는 건 혐오 행위로 인식됐다. 그 오해와 편견을 허무는 작업이 시방 진행되고 있다. 놀랍게도, 그 시발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FTA 이후의 생존전략=한·미 FTA 이후 농어촌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한다. 특히 소·돼지 키우는 농촌은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 그래서 나온 대안이 말이다. 승마산업을 육성해 농촌 체험 관광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말고기 산업을 일으켜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이다. 승마산업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선 까닭이다.

말 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도 상당하다. 이를 테면 세계 최대의 승마산업국 독일은 승마산업 종사자가 30만 명이 넘는다. 말 1마리에 일자리가 3개가 따라붙는단다. 독일의 승마 관련 매출액은 8조원에 이른다.

승마는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 뉴딜 정책과도 맞아떨어진다. 대표적인 사업이 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다. 강변로가 시원하게 닦이면 말이 달릴 수 있도록 코스를 조성할 생각이다. 게다가 말은 다른 가축보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다. 푸른 벌판만 있으면 훌륭한 말 사육장이 된다. 다른 먹이도 그리 필요하지 않다. 그 시원한 초원에서 관광객은 사진을 찍는다. 이게 바로 녹색관광이다.

한국마사회는 현재 2만 명 수준인 승마 인구를 2012년까지 5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승마장 신고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농촌에서 승마장을 짓겠다면 공짜로 돈도 준다. 이렇게 해서 2012년까지 2조6200억원의 경제효과와 3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달성하겠다는 게 마사회의 목표다.

승마 효과=말은 지구상의 포유동물 4000여 종 중에서 가장 잘 길들어진 10종에 속한다. 사람이 길들였다기보다는 말이 사람을 택했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자연생태계에서 말은 늘 약자였기 때문이다. 육식 동물에 잡혀 먹기 쉬운 야생의 삶보다 사람과 공생하는 순종의 삶을 본능적으로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야생의 위험이 사라진 지금도 말은 서서 잠을 자고 예민한 청각을 자랑한다. 말이 뒷발로 사람을 차는 건, 뒤에서 다가오는 상대에 겁을 먹어서다. 여기서 승마의 첫째 원칙이 나온다. 절대 뒤에서 접근하지 말 것.

사람이 말을 타는 게 아니라 말이 사람을 태워주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타는 건 말과 소통하는 행위다. 교감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어린이에게 승마가 권장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이 안 통하는 말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자신감과 성취감, 그리고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 여기서 재활승마란 개념이 비롯됐다. 재활승마는 신체적 장애뿐 아니라 정신적 장애에도 활용된다. 유럽에서 재활승마는 정식 치료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재활이 목적이 아니어도 승마는 훌륭한 운동이다. 말이 움직일 때마다 온몸의 관절이 반응하기 때문에 전신운동의 효과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승마는, 두 발로 달리지 않는데도 강도 높은 하체운동이다. 두 다리, 특히 허벅지의 힘으로 말을 밀어 나가는 운동이어서다. 가장 연한 사타구니쪽 살이 딴딴해진다. 손민호 기자

[말 달리자 - 숲속에서 해변에서 운동장에서 가깝게 들려오는 말밥굽 소리]

학교 운동장에서 말 달리는 맛을 아세요? 학교를 찾은 승마교실 말 등에 올라탄 잠동 초등학교 학생들이 금세 말과 호흡을 맞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수도권의 말 테마파크
경기도 파주 유일레저타운


이곳의 최대 강점은 거리다. 서울시청에서 40분밖에 안 걸린다. 유일레저타운은 해마다 60여만 명이 찾아드는 수도권의 종합 휴양지다. 인공호수를 둘러싼 방갈로 38채로 특히 유명하다. 이 리조트가 지난달 생활승마 사업을 시작했다. 유행에 편승한 건 아니다. 3년 전 이 리조트를 인수한 기업이 제주도에서 말 600여 마리를 기르는 탐라그룹이다.

그래서 여기엔 말이 많다. 현재 45마리가 있고, 종류도 6종이나 된다. 이용객이 늘어나면 제주도 목장에서 또 싣고 오면 된다. 서부영화에서 인디언이 타고 달리는 말도 있고, 어린이를 위한 포니(Poney)도 6마리가 있다. 이 포니를, 국내 최초로 리조트 회원권처럼 일반인에게 분양한다. 매주 토요일 3시간씩 한 달간 포니를 타는데 32만원(5월 특판가 16만원)이다. 포니는 몸이 작고 성격이 온순해 어린이에게 적합하다.

성인을 위한 웨스턴 승마 프로그램도 있다. 수천만원짜리 회원권 사업은 뒤로 미루고, 최근 쿠폰 사업을 시작했다. 2개월 안에 말을 열 번 탈 수 있는 쿠폰을 65만원(레슨비 포함)에 판다. 박달산 기슭을 타는 외승 코스도 갖췄다. 리조트 안의 식당에선 말고기를 재료로 한 육회와 샤브샤브도 판다. 말에 관한 종합 사업이 리조트의 최종 목표다. www.youealleisure.co.kr, 031-948-1364.

숲에서 뛰어놀다
경북 영천 운주산 대중승마장


운주산 승마장은 여러 부문에서 국내 1호를 자랑한다.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최초의 승마장이다. 지난달 24일 개장했다. 건설 비용 47억원 중 30억원을 영천시가 투자했고, 관리와 운영도 영천시가 도맡는다. 하여 이용 가격이 턱없이 싸다. 무제한 승마가 가능한 월 회원 이용료가 월 30만원이고, 승마 쿠폰 10장을 쓸 수 있는 쿠폰제 회원 이용료는 월 18만원이다. 수도권 승마장 평균 이용료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자연휴양림 안에 조성된 승마장 1호다. 승마장 일대 165㎡는 산림청이 관리하는 휴양림이었다. 이 울창한 숲을 영천시가 산악승마장으로 싹 바꾸었다. 운주산을 가로지르는 3.5㎞의 산악승마 코스는 규모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주위에 변변한 식당이 없지만, 이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한다. 주말엔 자원봉사에 나선 지역 주민이 국수 같은 점심 식사를 대접한다. 조만간 휴양림 안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통나무집 7동이 이달 말 오픈 예정이다. 원래 휴양림이었던 숲을 승마장으로 개조한 것이니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단다. 현재 말은 모두 33마리가 있다. 승마장 건설에 뜻을 둔 전국의 지자체가 부지런히 견학 오는 곳이다. 054-330-6784~5.
왼쪽부터 전남 신안 임자도 해변 승마장, 경북 영천 운주산 대중승마장, 경기도 파주 유일레저타운.

말 타고 동네 한 바퀴
찾아가는 승마교실


초등학교 4학년인 양유진양은 매주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유진이가 가장 좋아하는 진달래를 학교 운동장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달래는 콧잔등에 흰 줄무늬가 있는 갈색 말이다. 15일 서울 신천동 잠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유진이는 말 위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유진이는 “달래랑 30분이 아니라 매일 5시간 정도는 같이 있고 싶다”며 말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이날 수업은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이하 기마단)이 2007년부터 방과후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승마교실’이다. 기마단은 현재 10개 초등학교에서 승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업이 있는 날은 운동장 한 편이 승마장으로 변한다. 매주 한 번 5마리의 말이 나란히 도착하는 날엔 학생들이 운동장에 빼곡히 모인다.

수업은 평균 30분씩 진행된다. 보통 학교당 총정원이 40명 정도다. 한 수업당 5명의 학생만 말을 탈 수 있어 8회로 나눠 수업을 한다. 말마다 담당 교사가 붙어 있어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40주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는 수업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석하면 말을 타고 점프하는 것도 배울 수 있다. 김주영 대표이사는 “요새 아이들은 학원을 많이 다녀 잠깐 30분을 시간 내 말을 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스케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마단은 한 달에 한 번씩 운동장을 벗어나 학교 근처 도심을 돈다. 말을 타고 지나가는 학생들은 인근 지역에서 명물이 된 지 오래다. 말을 타는 데 필요한 준비물도 많지 않다. 긴 바지, 가죽 운동화와 개인 장갑만 있으면 된다. 조끼·모자와 같은 안전장비는 기마단 측에서 제공한다. 수업료는 한 달에 10만원이다.

해변을 내달리다
전남 신안 임자도 해변 승마장


떨어지는 해를 뒤로하고 해변을 말 달리는 풍경. 사진에서나 봤음 직한 그 장면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출할 수 있는 곳이다. 임자도 해변승마장이 들어선 대광해수욕장은 말을 달려도 된다고 허가를 받은 국내 유일의 해안이다. 폭 400m, 길이 12㎞의 해안을 거침없이 내달릴 수 있다. 해수욕장에 깔린 모래의 입자가 작고 단단해 말을 달려도 문제가 없고, 낙마해도 크게 아프지 않다. 승마에 관한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 바닷가에 승마가 허용된 건 2007년 7월이지만, 해변에 마사·연습장 등 부대시설을 갖춘 승마장이 들어선 건 이달 중순의 일이다. 전남도와 신안군이 승마관광을 위해 관련 법규를 고쳐가며 조성했다. 현재 전국의 승마 동호회가 가장 입맛 다시는 승마장이다. 단단한 모래를 박차고 달리기 때문에 말발굽 소리가 가장 경쾌한 코스로 알려져 있다. 현재 말 보유 수는 13마리다.

임자도 승마장의 대표 프로그램은 1박2일 체험이다. 승마도 가르쳐 주고 세 끼 식사를 제공하는데 1인당 15만원이다. 기본 외승 프로그램은 1시간에 10만원이다. 국제 심판 자격증이 있는 교관의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사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해변에 나갈 수 있다. 지난해 국내 해변에서 최초로 말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070-8285-2450.

기사자료 : 중앙일보 2009.05.21 http://www.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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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ongolro.tistory.com BlogIcon 몽골로 2009.06.30 19: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몽골에서의 가축은 양,소,염소,낙타,말 5종류를 가축이라 하며 이 속에 포함되지 않은것은 동물로 분류 된다. 이제 한국도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 마필산업과 레져 승마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이미 투자을 마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유행처럼 중복 투자를 하지 말고 지방별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너도 나도 몽골에 들어와 자매 결연을 맺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한국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