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중앙아시아 빅2는 지금 <상.하> 실크로드의 한류 2009.06.11~12 중앙일보

자료창고 Архив 2009. 6. 12. 12:57


경제위기 극복 안간힘 [하] 2009.06.12 중앙일보
문 굳게 닫았던 우즈베크 “경제특구 개발” 개방 승부수

4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서쪽으로 500㎞ 떨어진 나보이 경제특구(FIEZ)에서는 ‘쿵~쾅~’ 지반을 다지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경제특구 내외곽 도로 공사는 끝났으며 현재는 구획정리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세르게이 자하로프 나보이 경제특구 특사는 “연말께는 입주 공장의 요란한 기계 소리가 들릴 것”이라며 “한국 기업 20곳 등 외국 기업 40곳이 특구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루스탐 아지모프 부총리가 직접 공사 진척도를 확인할 정도로 정부가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4일 우즈베키스탄 나보이공항에서 경제특구(FIEZ) 건설 현장으로 가는 도로 전경.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예년 같으면 1~2년 걸렸을 경제특구 내외곽의 도로 공사를 3개월 만에 끝냈다. [나보이=강병철 기자]

중앙아시아의 양대 맹주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립 이후 문을 굳게 닫았던 우즈베키스탄은 뒤늦게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반면 고속 성장과 개방의 페달을 밟았던 카자흐스탄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개방 나선 우즈베키스탄=나보이 경제특구의 핵심 중 하나는 공항이다. 나보이 공항은 우즈베키스탄의 정중앙에 있어 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 모두 6시간 이내로 항공 운송이 가능하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나보이 공항을 중앙아시아 항공 축으로 만들기 위해 올 1월부터 공항 운영을 대한항공에 위탁했다. 노명철 나보이 공항장(대한항공 상무)은 한국언론재단의 중앙아시아 전문가 양성 과정 차원에서 현지를 찾은 한국 기자들에게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3개월 만에 도로를 건설한 것을 보고 경제 개발 의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의 달라진 모습은 타슈켄트 인근 알마릭 광산에서도 볼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2일 타슈켄트에서 남동쪽으로 35㎞ 떨어진 알마릭 광산을 사실상 처음으로 외국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60여 개 광물자원이 묻혀 있는 우즈베키스탄 제2의 광산으로, 1000명에 가까운 광원이 구리 등을 캐내고 있었다. 엘치 엘다르 라술로프 대통령실 CIS(독립국가연합) 담당관은 “우리는 한국의 경제 성장을 모델로 삼아 ‘제2의 한강 기적’을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속도 조절하는 카자흐스탄=지난달 27일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인 알마티의 증권거래소. 그런데 지난해까지 카자흐스탄 양대 은행 중 하나인 BTA(Bank Turan Alem)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였다. 카자흐스탄 경제 성장을 발판으로 외국계 자금을 끌어들였던 BTA는 지난해 해외 차입금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올 2월 BTA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BTA는 이 나라 경제의 명암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그동안 연평균 10% 고속 성장을 하며 앞만 보고 달려갔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개방 속도를 조절하며 은행 국유화와 함께 100억~15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무분별하게 모기지(부동산 대출) 상품을 판매하던 은행을 감사하는 등 규제의 칼을 들이댔다. 덕분에 지나치게 거품이 끼었던 부동산과 회사 가치가 제자리를 찾고 있다.

아르켄 아리스타노프 알마티금융센터(RFCA) 회장은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지고 대대적인 금융 시스템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럴 때가 한국 등 외국인 투자자가 들어올 적기”라고 밝혔다.

타슈켄트·나보이(우즈베키스탄)
알마티(카자흐스탄)=강병철 기자


카자흐스탄 대통령궁 옆엔 한국형 고급 아파트 우뚝[상] 2009.06.11 중앙일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양대 산맥이다. 두 나라에선 한류 열풍이 뜨겁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대중 연예인 위주의 ‘문화 한류’가 강세라면 카자흐스탄에서는 한국식 온돌 아파트 등 ‘경제 한류’가 인기다. 또 두 나라 모두 세계적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방식은 다르다. 카자흐스탄은 개방 속도를 줄이고, 우즈베키스탄은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현지 모습을 전한다.

3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고려인문화협회에 개설된 한글학교에서 우즈베키스탄 10학년 여학생들이 한글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타슈켄트=강병철 기자]

우즈베크  드라마 주몽·바람의 화원 인기에 한글 열풍

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고려인문화협회에 개설된 한글학교. 우즈베키스탄 10학년 여학생(고2)인 모히체히바, 틸도와, 나조카트, 마르조카가 열심히 한글 시험 문제를 풀고 있었다. 한국의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를 읽은 뒤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쓰는 시험이었다. 네 명은 거침없이 빈칸을 채웠다.

리마리나(25) 교사는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 고려인 3·4세보다 우즈베크어를 하는 우즈베키스탄인들이 더 빨리 한글을 배운다”며 “러시아어는 ‘주어+술어+목적어’ 구조로 한글과 어순이 다르지만 우즈베크어는 한글처럼 ‘주어+목적어+술어’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글을 배우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네 명은 동시에 “한국 드라마를 원어로 보고 싶어서”라며 “기회가 되면 한국에 가 ‘주몽’의 주인공 송일국을 만나 한국어로 얘기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글 배우기 열풍이 불어닥친 것은 한국 드라마 때문이다. 방송 콘텐트가 부족한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독립 이후 꾸준히 한국 드라마를 방영해 왔다.

‘겨울연가’ ‘대장금’ 열풍에 이어 한동안 뜸했던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지난해 ‘주몽’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우즈베키스탄 국영방송은 주몽이 워낙 인기가 높자 올해 다시 재방영하고 있다. 올해는 문근영 주연의 ‘바람의 화원’이 서서히 인기를 모으며 새로운 한류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KOFICE)의 이명숙 우즈베키스탄 통신원은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남자 아이 이름을 ‘주몽’이라고 지을 만큼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라며 “한류를 더욱 뜨겁게 하기 위해서는 ‘주몽’의 송일국,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처럼 대형 스타의 방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한국에서도 중앙아시아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자밀라 에브둘레바와 구잘 투르수노바 등 우즈베키스탄 출신 연예인이 한국 방송가에서 활동하고 있고, 광고에도 출연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연예인들의 인기를 반영하듯 지난달에는 한국의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 대표가 타슈켄트를 1주일간 방문했다. 그는 ‘제2의 자밀라’와 ‘제2의 구잘’을 찾기 위해 현지 방송국 관계자를 만나고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식당과 클럽에 돌아다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정숙 책임연구원은 “한국·중앙아시아 간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쌍방향 교류가 중요하다”며 “한류 열풍에만 신경 쓰지 말고 중앙아시아 문화를 한국에 적극 소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크로드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중앙아시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다.

현지의 한국 여행사 스카이114의 조상식 대표는 “그동안 중앙아시아 관광은 골프 관광객이 절반이 넘었지만 최근에는 실크로드 관광이 90%를 웃돈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강병철 기자



카자흐  현지 금융사들, 한국식 투자 기법에 관심

지난달 27일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의 대통령 공원 옆. 한국 건설업체 우림건설의 애플타운 모델하우스가 있는 곳이다. 모델하우스 안에선 고급 BMW 7시리즈를 타고 온 30대 부부가 애플타운이 선보인 한국형 난방시스템인 온돌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알렉세이예프 부부는 “겨울에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 때문에 알마티 시민들은 난방에 관심이 많다”며 “최근 카자흐스탄 젊은이의 꿈은 독일 BMW 자동차를 타고 온돌이 있는 한국식 최첨단 아파트에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아스타나에서도 한국 건설업체가 지은 아파트가 인기다. 이곳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대통령궁 옆에 있는 동일하이빌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주차장을 모두 지하에 만들어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아스타나의 혹한을 견딜 수 있게 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한류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말 알마티에 문을 연 신한은행 카자흐스탄 법인은 고객에게 대여금고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카자흐스탄 은행들은 돈을 맡기고, 돈을 빌려주는 단순한 은행의 역할밖에 못 했기 때문이다.

한국식 증권 투자 기법에 대해서도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관심이 많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다른 카자흐스탄 증권사들의 펀드 평가액이 투자액의 20~25%로 떨어졌지만, 한화증권의 합작법인 세브리버스캐피탈(SRC)의 수익률은 비교적 선방했기 때문이다. 윤영호 SRC 대표는 “한국식 투자 기법을 배우기 위해 카자흐스탄 증권사들의 자료 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알마티·아스타나(카자흐스탄)=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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